요즘 AI 도구들이 쏟아지면서 어떤 걸 선택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분들이 많다. 특히 기업에서 사용할 도구를 고민할 때는 더욱 신중해진다. 오늘은 구글이 최근 출시한 Gemini Enterprise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이름만 들어서는 어렵게 느껴지지만, 천천히 들여다보면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도구다.
Gemini Enterprise는 무엇인가
Gemini Enterprise는 구글이 만든 기업용 AI 플랫폼이다. 흔히 우리가 사용하는 ChatGPT처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AI이지만, 회사에서 쓰기에 적합하도록 설계되었다. 개인이 사용하는 도구와 달리, 회사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다루고 여러 직원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 도구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것을 넘어서, 회사 안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찾아주고, 문서를 작성하고, 여러 업무 도구와 연결되어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준다. 마치 매우 유능한 비서가 옆에 앉아서 필요한 순간마다 도움을 주는 것과 같다.
“하나 더 찾았다”가 아니라, “전체 워크플로우”의 변화 예전에는 업무를 하다가 궁금한 게 생기면 구글에 검색하거나 동료에게 물어봤다. 그런데 Gemini Enterprise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제는 내가 쓰는 데이터와 도구, 그리고 사람들이 한 화면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전체 워크플로우가 하나로 묶이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구글도 이 점을 강조하며 Front Door라는 표현을 썼는데, Gemini Enterprise를 통해 회사의 모든 정보와 도구로 들어가는 하나의 문이 생긴다는 뜻이다.
Gemini Enterprise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실제로 이 도구를 회사에 도입하면 어떤 일들이 가능해질까. 크게 여섯 가지 영역으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최신 AI 모델을 사용할 수 있다. Gemini는 구글이 만든 가장 발전된 멀티모달 AI다.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 영상, 음성까지 이해하고 생성할 수 있다. 회사에서 보고서를 쓰거나 프레젠테이션을 만들 때, 혹은 복잡한 데이터를 분석할 때 이 AI가 옆에서 조언을 해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둘째, 노코드 워크벤치라는 기능이 있다. Agent Designer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도구는 코딩을 몰라도 AI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게 해준다. 회사마다 반복되는 업무들이 있다. 예를 들어 매주 같은 형식의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특정 데이터를 정리하는 일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런 일들을 자동으로 처리해주는 맞춤형 AI를 직접 만들 수 있다. 프로그래밍 지식 없이도 가능하다는 점이 놀랍다.
셋째, 구글이 제공하는 여러 AI 에이전트를 바로 사용할 수 있다. Deep Research는 복잡한 주제를 깊이 있게 조사해주고, NotebookLM Enterprise는 회사의 문서들을 정리하고 요약해준다. Gemini Code Assist는 개발자들의 코딩을 도와주고, Data Insights는 데이터 분석을 쉽게 만들어준다. 이 에이전트들은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실제 직원처럼 일한다.
넷째, 기업 데이터와의 연결이다.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AI라도 우리 회사의 맥락을 모르면 쓸모가 제한적이다. Gemini Enterprise는 Workspace, Microsoft 365, Salesforce, SAP, BigQuery 같은 업무 도구들과 연결된다. 회사 안에 이미 쌓여있는 정보들을 AI가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지난 분기 매출이 가장 높았던 제품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뭘까”라고 물으면, AI가 여러 시스템에 흩어진 데이터를 모아서 답을 제시한다. 심지어 Jira, Confluence, ServiceNow 같은 협업 도구도 연결할 수 있다.
다섯째, 보안과 거버넌스다.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회사 데이터가 새어나가면 소용없다. Gemini Enterprise는 기업에 특화된 중앙 보안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누가 어떤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지, AI가 어떤 정보를 학습하는지 철저히 관리된다. VPC-SC, 고객 관리 암호 키, 데이터 거주성 통제, 데이터 사용 거버넌스 같은 기능들이 제공된다. 고객 데이터는 절대 광고에 쓰이지 않고, 기업 에디션에서는 모델 학습에도 쓰이지 않는다는 점이 명시되어 있다.
여섯째, 개방형 파트너 생태계다. 구글만의 도구로 한정되지 않는다. 초기 도입 기업들이 미리 맞보기를 한 사례를 보면 Figma, GAP, Klarna 같은 회사들이 언급된다. 이미 여러 산업에서 실전 테스트가 이루어지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파트너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누가 먼저 쓰고 있을까
OpenDevDay 이후 구글은 Gemini Enterprise와 다른 리포스트를 통해 이미 실제 기업들의 사용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101개 이상의 기술 정상급 기업과 업계별 실전 사례들이 모여있다. 팀에 맞는 설계 패턴과 권장 GCP 스택을 참고할 수 있는 자료들도 함께 제공된다. 이런 사례들을 살펴보면 단순히 AI 도구 하나를 추가하는 게 아니라, 일하는 방식 전체가 재설계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
소규모 팀이나 개인 사업자라면 Gemini Business를 고려할 수 있다. 월 21달러에 30일 체험이 가능하다. 대규모 기업이나 규제가 많은 산업에 속한 조직이라면 Enterprise Standard나 Plus를 선택하게 된다. 이쪽은 월 30달러부터 시작하는데, 사용자 수나 필요한 기능에 따라 맞춤 견적을 받을 수 있다.
이제 대략적으로 알았으니, 실제 활용은 어떻게 할까
지금까지 Gemini Enterprise가 무엇이고 어떤 기능을 갖췄는지 살펴봤다. 그렇다면 실제로 우리 회사에 도입한다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바로 따라 하기처럼 단계별로 정리해보았다.
먼저, 회사 안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작은 불편함들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매번 같은 질문을 여러 사람에게 해야 한다거나, 문서를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거나, 회의록을 정리하는 게 번거롭다거나 하는 일들 말이다. 이런 작은 지점들이 AI가 가장 빠르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역이다.
그 다음, 팀 단위로 먼저 시작해보는 것을 권한다. 처음부터 전사에 도입하려면 부담이 크다. 작은 팀 하나를 선정해서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실제로 어떤 점이 좋고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 빠르게 배울 수 있다. 마케팅 팀이라면 콘텐츠 초안 작성에, 개발팀이라면 코드 리뷰나 문서화에, 영업팀이라면 고객 데이터 분석에 활용해볼 수 있다.
Agent Designer를 활용해 맞춤형 에이전트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신입사원이 입사했을 때 자주 묻는 질문들에 답하는 온보딩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다. 회사의 복지 제도, 휴가 신청 방법, 업무 시스템 사용법 같은 정보를 학습시켜두면, 신입사원이 언제든 궁금한 걸 물어볼 수 있다. 이런 작은 시도들이 쌓이면서 회사 전체가 AI와 함께 일하는 방식에 익숙해진다.
데이터 연결도 단계적으로 진행하면 좋다. 처음에는 공개된 문서나 자료부터 연결하고, 점차 민감한 데이터까지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보안 설정을 꼼꼼히 확인하고, 직원들에게 데이터 사용 가이드를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
조심해야 할 점도 있다
물론 모든 도구가 그렇듯, 주의할 점도 있다. AI가 만든 결과물을 무조건 신뢰하지 말고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특히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외부에 공개되는 문서의 경우 더욱 그렇다. AI는 때때로 그럴듯하지만 틀린 정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또한 직원들이 AI를 쓰는 데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도구를 도입했을 때 흔히 겪는 일인데,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할 수 있다. 충분한 교육과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일부 직원은 AI가 자신의 일을 대체할까 봐 불안해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반복적이고 지루한 일을 덜어주어 더 창의적이고 의미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돕는다는 점을 강조하는 게 좋다.
마치며
Gemini Enterprise는 단순한 AI 도구가 아니다. 회사 안에서 정보가 흐르는 방식, 사람들이 협력하는 방식, 일이 처리되는 방식 전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플랫폼이다. 아직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곧 우리 곁에서 자연스럽게 함께 일하는 동료처럼 자리 잡을 것이다.
중요한 건 완벽한 준비를 하고 시작하는 게 아니라, 작게라도 시작해보는 것이다. 작은 불편함 하나를 AI로 해결해보고, 거기서 배운 걸 다음 단계에 적용해보면 된다.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 회사도 AI와 함께 일하는 조직으로 변해있을 것이다.
여러분의 회사는 어떤 불편함부터 해결해보고 싶은가. 그 작은 질문 하나가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